본문 바로가기
여행/홍콩

홍콩 응급 수술 및 입원 기록 (맹장염)

by 다사도 2025. 12. 24.
반응형

홍콩은 조개류가 비싸고 새우는 싸다. 바다 양식이 잘 되어 있어 갑오징어와 무늬오징어도 낚시로 쉽게 많이 잡힌다. 600g에 6,000~8,000원 정도다.

언제부턴가 밥 대신 새우만 배부르게 먹고 나면 잇몸에 수포가 생겼다. 맛있으니 무시했다. 두 번 정도 그러다 다시 증상이 없어졌다. 문제는 이틀 연속 저녁에 새우만 먹었더니 배탈이 났다. 위에 수포가 생겼다 터진 느낌이다. 극심한 복통과 약간의 몸살 기운, 그리고 미열이 있었다. 걷는 진동에도 위가 아팠다. 이틀 동안 물만 먹고 쉬었더니 나았다.

이후 새우를 조심했는데, 지난 화요일에 먹고 나서 그때부터 조금 속이 불편해졌다. 토요일에 등산 가서 산에서 잼 바른 베이글과 샤인머스캣을 먹고 내려오는데 증상이 약간 더 심해졌다. 하산 후 우동면 같은 중식 볶음면을 먹고 집으로 오는 버스 안에서 죽을 듯한 고통이 시작되었다. 중간에 내려 택시를 타고 집에 오고 싶을 정도였다. 헬리코박터균으로 고생하던 그 자리가 미친 듯이 다시 아파왔다.

집에 도착해 파라세타몰(Paracetamol) 500mg 진통제를 먹고 정로환도 세 알 먹었다. 샤워하고 이를 닦다가 저녁에 먹은 것을 다 토했다. 다시 약을 먹고, 전에 헬리코박터 치료 때 받아둔 판토록(Pantoloc) 40mg도 먹었다. 999를 불러 응급실에 갈까 생각했지만 귀찮아서 참았다. 홍콩 정부 병원은 저렴한 대신 대기 시간이 길다. 일반 동네 의원은 수백 달러부터 시작이다. 무릎 MRI를 30% 할인받아 7,000불이 나왔고, 의사 얼굴만 보는데 2,000불부터 시작하며 약값은 800불 정도 나왔었다.

배가 아파 잠이 안 와 예전에 처방받은 스틸녹스 반 알을 10시쯤 먹었다. 새벽 3시까지 잠이 안 와 한 알 더 먹고 깊이 잤다. 아침에 깨니 조금 덜하긴 했지만 여전히 아팠다. 일요일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물만 마셨다. 똑바로 누워도 아프고 왼쪽으로 돌아눕는 움직임만으로도 아팠다. 조금 참으면 바로 누운 것보다는 덜 아팠다. 오른쪽으로 눕는 게 가장 덜 아파서 오른쪽으로 누워 하루를 보냈다. 신기하게도 전혀 배가 고프지 않다. 그래도 핫도그 하나와 삶은 고구마, 단호박을 으깨고 땅콩, 깨, 귤껍질을 넣어 B4 사이즈로 펴 말린 고구마 한 장을 먹고 잤다.

월요일 아침, 조금 더 나아졌지만 여전히 고통이 컸다. 정부 클리닉을 예약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이고 예약제로만 운영된다. 통증 위치가 가슴에서 대장 쪽, 그리고 오른쪽으로 가 있었다. 비싸더라도 진통제나 복통약을 받으러 동네 클리닉에 가는데, 매 걸음의 진동마다 배를 맞은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대기 번호 37번이었고 32번이 상담 중이었다.

내 차례에 증상을 말했더니 의사의 표정이 진지해졌고, 인터넷에서 증상을 찾더니 **Appendicitis(충수염, 맹장염)**가 의심스럽다며 진료 의뢰서(Reference letter)를 써주었다. 12시에 300달러를 결제하고, 999를 탈까 하다가 30분을 걸어서 정부 병원으로 갔다. 응급실 접수 후 긴급 표를 받았고, 바로 휠체어에 태워주었다. 휠체어에 앉아 있으면 알아서 여기저기 데려다주니 길을 찾으러 다닐 불편이 없었다.

X-ray 줄을 섰고, 기다리는 중 1시 50분에 피를 뽑아갔다. 나를 몇 번 의사 테이블로 오라고 불렀는데 휠체어에 있어,  간호사에게 말하니 의사가 와서 어디가 어떻게 언제부터 아픈지, 의뢰서는 어디서 받았는지 등을 물어봤다. 기다리는 동안 견습생인지 간호사 무리가 우르르 이동하는 게 보였다. 흰색 옷에 보라색 허리띠, 옷깃에 라인이 있는 복장이었다. 이런 사람들이 보이는 날은 병원을 피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예상이 적중했다. 3시 넘어서 X-ray를 찍고 3시 50분에 진통제를 맞았다. 4시 25분에 항생제와 스테로이드를 맞았는데, 항생제는 좀 아팠다.  항생제는 맞으면 점점 더 아파졌다. 손을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아프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물도 마시지 말라고 했다. 5시 20분에 입원했다. 침대 가운데가 과하게 꺼져 있었다. 6시경 초음파를 했는데, 조심성 없이 옆구리를 찔러대서 아팠다. 8시에 의사가 와서 High Infection(심한 감염) 상태라고 했다. 피를 또 뽑아갔는데 이번엔 통증이 거의 없었다. CT 촬영이 필요하다고 해서 오늘 찍기로 했지만, 내 생각엔 늦어서 안 될 것 같았다.

갑자기 보라색 복장의 무리가 나를 에워쌌다. 스테로이드와 항생제를 놓는데 정말 아팠다. 손등에 연결된 바늘과 링거를 분리하고 주사기를 연결해야 하는데, 연결 부위를 손등으로 누르며 주사기를 결합하니 바늘이 눌려 아팠다. 짜증이 났다. 9시 40분, 배는 안 고픈데 먹고 싶은 음식이 많이 생각났다. 생선구이, 해물탕, 포도 젤리, 치킨, 피자 등이 당겼다. 3시쯤 다시 스테로이드와 항생제를 맞고 진통제도 먹었다. 내 머리 위에는 이름과 함께 붉은 글씨로 **'금식(NPO)'**이 써 있었다.

아침 5시쯤 또 주사를 맞았고, 7시가 되니 의료진이 우르르 와서 환자들을 살폈다. 옷도 갈아입혀 주고 몸도 닦아주는 듯했다. 7시 30분, 드디어 CT 촬영을 시작했다. 이동하는 동안 네 번이나 이름과 ID를 확인했다. 검사 결과, 맹장이 약간 부어 있고 백혈구 수치가 높아 염증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다른 곳일 수도 있지만 일단 맹장이 가장 의심스럽다고 했다.

의사들 회의 후 약물치료와 수술 중 선택하라고 했는데, 약물치료는 언젠가 재발한다고 했다. 수술을 선택했고 오늘 예약을 넣기로 했지만 긴급 수술이 잡히면 밀릴 수 있다고 했다. 수술 관련 안내를 받고 서명했다. 마취 시 폐를 포함한 모든 장기가 멈추므로 호스를 연결한다는 설명도 들었다. 9시 30분부터 대기했고, 중간중간 항생제를 맞을 때마다 너무 아팠다. 오후 2시 50분쯤 되니 슬슬 배가 고팠다.

5시 15분쯤 수술실로 이동했다. 간호사들이 이름, ID, 환자 번호를 차트와 대조하며 꼼꼼히 확인했다. 수술실에서도 서명 확인과 수술 내용, 주의 사항을 재확인했다. 내 금니가 수술 후에 잘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농담도 던졌다. 수술실이 너무 추워 덜덜 떠니 데운 수건을 덮어주었다. 마취 주사를 놓고 마스크로 숨을 쉬게 하니 서서히 정신이 아득해졌다.

깨어나니 밤 8시였고 배가 아팠다. 눈앞이 위아래로 흔들리고 가래가 끓었다. 수술 70분, 마취 회복 50분으로 총 2시간 정도 걸렸다. 진통제를 맞고 입원실로 이동해 산소호흡기와 맥박 감지기를 연결했다. 9시쯤 배에 가스가 차서 조금 불편했다.

자정쯤 소변을 보았는지 묻기에 초음파로 확인하니 550ml 정도 차 있었다. 한 시간 동안 노력했지만 실패했고 배만 아팠다. 새벽 1시쯤 소변줄을 끼우려 준비하던 중 간호사들끼리 다툼이 있었다. 새벽 3시쯤 다시 깨어 25분간의 사투 끝에 소변보기에 성공했다. 간호사에게 엄지를 치켜세우며 자랑했다.

수요일일 오전 7시, 주변 정리와 청소가 시작되었고 나도 조금씩 가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오전 9시쯤 의사가 다녀갔고 11시에 링거를 제거했다. 낮 12시에 죽이 나왔다. 오후 4시 14분, 의사가 배를 만져보더니 내일 퇴원해도 좋다고 했다. 4시 35분, 드디어 손등의 바늘을 제거했다.

목요일 저녁 먹고 퇴원했다.

동네 클리닉 300 HKD

정부 병원 월요일 부터 목요일 입원 비 및 수술비 204 HKD

반응형

댓글